하나가 아니라 둘이어서 만들 수 있는 세계: ‘2의 공화국’ 展


2013 아르코미술관 기획 공모전의 당선작으로 선정된 ‘2의 공화국’ 展이 오는 9월 1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시각 예술 전반에서 나타나는 2인 협업 체계를 주목했다. 시각 예술 전반에 걸쳐 예술가들의 협업 체계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온 바 있다. 이 속에서 특히 2인으로 구성된 팀들에 중점을 둔 이유는, ‘2’라는 숫자가 온전히 다른 두 존재가 최초로 만나 이루는 협업을 뜻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3팀의 작업은 디자인, 건축, 패션, 독립 출판, 순수 미술 등 다양하다. 이들의 작품의 다양성과 함께 서로 간의 대립과 긴장,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협업을 한다는 것은 함께 작업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그 속에 서로의 취향과 관점들이 만나 형성하는 접점과 대립의 결과물이다. 이제까지 많은 작가들에게는 대부분 개인 작업이 친숙할 것이다. 일시적인 도움을 받는 경우는 있으나, 하나의 작업을 동시에 이뤄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원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러한 생각에 동조하고 변화를 이끄는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협업이 하나의 예술적 태도가 되어 가고 있다.

2의 공화국은 이렇듯 달라진 예술 생태계의 지도를 다시 꺼내면서,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작업과 작가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냈다. 이 속에는 비슷한 장르의 작업을 해오던 작가의 만남도 있으며, 각각 다른 나라에 살면서 동일한 작업물을 만들기도 하는 등 형태는 다양하다. 이동 식 갤러리인 킴킴 갤러리, 큐레이터, 비평가, 번역가 등 미술 안에서의 활동을 자유롭게 병행하는 워크 온 워크. 등을 통해서는 협업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심지어 이 전시를 기획한 더 바인더스 역시 박경린, 조주리 두 사람으로 이뤄진 큐레토리얼 팀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이들 13팀의 작품 중에서 특히 가시적으로 그들의 협업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우선, 베타 뷰로의 ‘An evil plan do more good’은 호주 출신의 롭 마틴 머피와 인도 출신의 경영, 마케팅 전문 컨설턴트인 발리 락쉬마난의 가상 오피스를 구현한 작품이다. 이들은 영국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함부르크와 뉴욕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시계와 오브제들을 통해 표현했다. 가상 오피스의 다른 시간과 관점의 차이들을 보면서 이들의 협업에서 찾을 수 있는 미세한 거리감과 긴장감을 확인할 수 있다. 


김민경과 장윤주로 이뤄진 김장 프랙티스!!의 ‘합의의 지점’은 얼핏 보면 똑같은 이미지 26장의 나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 예술을 다루는 작가들이 만들어가는 합의의 과정은 서로의 다른 관점과 취향 등의 하나의 작업으로 완성해내는 것이기에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 작업은 김장 프랙티스!!가 결성되기 전 작업인 ‘차이나타운에서 가져온 정물’을 26장의 사진을 통해 세세한 이미지 배치와 의미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서로의 영향력을 주고 받으면서, 구축해낸 작품은 그들 나름의 새로운 세계일 것이다. 이번 전시가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예술의 형식이자, 태도로서 호흡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Aug. 2013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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